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ad38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이민하의 눈] 도망칠 곳이 없다면, 나를 어떻게 지켜야 하나요

기사승인 2019.02.20  00:00:59

공유
default_news_ad2

[종합인터넷신문 뉴트리션] 나는 따돌림 피해자였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이 문제를 입 밖으로 꺼내는 건 무섭다. 여전히 나는 그 시절에 살고 있고, 최근까지도 종종 꿈에 그 시절의 아이들이 나오기도 한다. 꺼내기 불편한 기억이지만, 그럼에도 기록한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은 대한민국에 너무나도 많았고, 그들은 몇 년이 지나도 그 기억에서 헤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다. 내 트라우마가 된 사건은 체육 수행평가에서였다. 체육교사는 사전에 수행평가를 1, 2차로 나눠서 본다고 했다. 팀을 짜서 경기를 치르는 방식이었는데, 총 2개의 리그로 나누고, 한 리그 안에서 3팀이 경쟁을 했다. 1등 팀, 2등 팀, 3등 팀이 각각 2개씩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체육교사는 우리 반도 2차만 끝내면 다른 반과 진도가 맞춰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차 대신 피구 할까?" 하며 말을 꺼냈다. 그 말이 나오자 반의 여론은 피구를 하자는 쪽으로 쏠렸는데, 체육교사는 이상하게 꼴등팀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우리 팀에게만 의사를 물었다. 다른 리그의 다른 꼴등 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우리 팀원들은 2차 시험을 보고 싶어 했고, 나는 조장이었기에 그대로 전했다. 그리하여 2차 시험이 시작되었다. 반 아이들은 하기 싫어했으니 설렁설렁했고, 우리 팀은 쉽게 1등을 거머쥘 수 있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체육시간이 끝나고, 1차에서 1등했던 같은 리그의 팀원이 말을 건넸다. "야, 너희 팀 1등했다며? 축하해~ 좋겠다?"

뭔가 싸했지만, 교실로 올라갔다. 교실이 소란스럽다가 내가 들어가니 갑자기 조용해졌다. 설마 수행평가 때문인가 생각했다. 이내 곧 나에게 그런 말을 건넸던 팀이 2차에서 꼴등을 한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로 수행평가 때문이었다. 모든 시선이 날 향하는 것 같았다. 나와 같은 팀이었던 팀원들은 회피했다. 갑자기 나 홀로 어딘가에 뚝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로도 계속, 점심시간에 반에 나와 그 팀원만 남아있게 되면 일부러 들리라는 듯 종종 비꼬곤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나는 피아노를 전공하던 학생이었고, 연습실이 없어서 학교에서 연습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연습을 하러 가면서 동시에 그 아이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다.

물론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내가 사과할 일도 아니었고, 내가 도망칠 일도 아니었다. 나도 안다, 그 아이들이 하던 건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는 걸. 그로 인해 내가 상처받을 이유도 없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당시의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

애들이 원할 만한 것을 던져놓고, 나에게 책임을 전가한 그 교사에 대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했을까. 1, 2차로 수행평가를 보겠다고 공지해놓고서는, 형평성에 어긋나게 "우리 반만 피구 할까 말해놓고는 선택권을 나한테 떠넘겨 놓은 그 교사에 대해서,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

나는 가벼운 수준이었지만, 교사가 원인을 제공하는 걸 넘어서, 대놓고 따돌림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이 이혼가정이라서, 학생의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학생이 성소수자라서, 그러한 약자성을 미묘하게 퍼트려 따돌림을 당하게끔 하는 경우를 왕왕 본다.

이런 경우에 피해 학생들이 뭘 할 수 있을까?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면 그나마 다행이지, 대부분 학생들은 정말로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줄 안다.

학생이 따돌림을 주도한 경우에도 도망칠 곳이 없긴 하지만, 교사가 따돌림에 연관이 되어 있는 경우에는, 더욱 도망칠 곳이 없다. 가끔 누구한테 맞고 있으면, 나중에 뭔가 조치를 취하더라도 당장은 도망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폐쇄적인 그 공간에서 누구에게로, 어디로 도망칠 수 있을까?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법률은 사건의 피해자가 학생이기만 하면 가해자의 신분과 상관없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 제도적 장치에서도, 가해자가 같은 학교 교사일 경우에 대한 조치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 사례도 찾아볼 수 없다.

더는 나 같은 사람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따돌림은 그 사회에 직접 끼어있는 것이 아닌 한, 외부의 사람이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서도, 따돌림은 피해자에게 너무나도 큰 일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따돌림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겠지만, 현실로서 그럴 수 없다면, 당장 피해자를 구제할 방안이라도 하루빨리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로봇저널리즘 소스 코드 구매는 <로봇 1번가>에서!
☞ 국내 최다 상품 보유, 자판기(자동판매기) 부품 쇼핑몰 <벤딩1번가>
☞ 국내 '최초' 로봇저널리즘 전문지 <로봇저널리즘 신문사> 바로가기

◇ 정정·반론보도 청구 안내
관계법령(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본 기사에 대하여 '정정·반론' 보도를 청구할 수 있으며, 정정 및 반론보도 청구를 원하시는 경우 뉴트리션 사이트 하단 '불편 신고' 를 통하여 접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기사 저작권 안내
본 기사는 교육전문지 뉴트리션(대구, 아00118)이 발행한 콘텐츠로, 현행 저작권법에 의거하여 보호를 받는 저작물입니다. 따라서, 저작권법 제7조(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 제5호에 해당한다고 임의로 판단하여 콘텐츠를 무단 전재 하는 등의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배되므로, 기사 콘텐츠의 일부를 게재할 경우 저작권법 제37조(출처의 명시)에 따라 출처를 반드시 명시하여 주시기 바라며, 기사 전문을 사용하고자 하시는 경우 본보(교육전문지 뉴트리션)와 협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민하 뉴트리션 칼럼니스트 quxxn_mina@nutrition2.asia

<저작권자 © 뉴트리션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d39
default_news_ad3
default_nd_ad5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default_news_ad4
default_nd_ad3

최신기사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청소년의 관점서 바라본 '한국교육'

한국 교육계의 다양한 '주장과 논평'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