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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의 눈] 빛 좋은 개살구

기사승인 2019.01.31  02: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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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 목소리 담기엔 부족한 면이 많은 이번 학교폭력 대응절차 개선방안

[교육전문지 뉴트리션=이민하 뉴트리션 칼럼니스트] 어제 교육당국이 학교폭력 개선방안을 공개했다. 현행 제도는 가/피해자 간 소송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았고, 교육적 해결의지를 약화시켜 학교의 교육력이 떨어졌다는 문제의식 하에서 출발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일단 개선방안에 대해 논하기 전에, 당국이 내놓은 기존 현행제도에 대한 지적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당국은 가/피해자 간 소송이 부작용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반성 없이 처벌만 하는 현 세태는 충분히 문제시 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 부작용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와 교사의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언론에서는 학폭위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지적했다.

이 뿐만 아니다. 필자가 본 칼럼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오히려 애 인생 망치려고 하냐" 는 식의 발언으로 학폭위 개최를 막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제보를 무수히 많이 받기도 했다. 

피해학생들은 이러한 현실과,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우려로 학폭위가 아닌 소송을 고민하고 있다. 전술한 상황에서, 소송에 따른 부작용이 단지 반성 없이 처벌만 하고 있다고만 보기에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기에는 역부족 아닐까.

당국이 내놓은 대안책을 보면 이러한 피해자의 입장에 대한 몰이해가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뉴트리션 사설에서도 다룬 것처럼 1~3호에 한해 생기부에 학폭위 조치를 기재 유보하겠다는 대안을 보고서는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관련기사 : [사설] 학폭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어선 안 된다).

이미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조치에 대한 기록을 졸업 이전에 지워주고 있다. 애초에 기재 후 5년 간 유지해야한다는 것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재 유보를 개선방안이랍시고 넣은 건 누구 생각인지 묻고 싶다. 어떤 방향에서의 개선인가, 가해자가 살기 편한 방향으로의 개선인가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그래도 구실은 맞추기 위해 3단계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하는데, 1단계인 '1~3호 조치의 경우에도 조치사항을 충실히 이행' 이라는 정말 당연한 것을 조건으로 기재를 유보한다고 해서 마치 기재를 유보하기 위해 충실히 이행해야하는 것처럼 될 것이 우려된다.

아니, 기재를 유보하기 위해서라도 이행하면 다행이지, 의무교육으로 이뤄지는 중학교의 경우는 이행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은 기재를 유보해서 얼마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판단하는 걸까?

동시에 학교자체해결제를 도입하여 학교의 교육력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는데, 학교자체해결제로 한 번 기회주고, 기재 유보로 또 한 번 기회를 주는 등의 방향으로 악용될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모양이다.

당국에서는 학교폭력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5단계로 구성된 안전장치를 두었다고 하는데, 너무 허술해서 있느니만 못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학교폭력을 학교자체해결제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와 그 보호자의 자치위를 개최하지 않겠다는 동의서가 필요한데, 이 동의서를 작성하고나면 전담기구에서 4가지 조건(2주 미만의 신체/정신상의 피해 시,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된 경우, 지속적인 사안이 아닐 것, 보복행위가 아닐 것)을 충족하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개선안에서는 그 전담기구가 무엇인지, 구성원은 무슨 기준으로 채워지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더불어, 어떻게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안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 뿐만 아니다. 이 자료 그 어디에서도 동의서가 가해자의 압박에 의해 작성되었을 경우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다. 

그나마 4단계서 "해결 후에도, 잘못된 정보에 의한 동의였거나 … 등의 경우에는 피해자 측에서 요청시 자치위를 개최하도록 한다." 고 명시돼 있는데 피해자 측이 동의해야만 자치위가 열린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안겨 사건이 대충 얼버무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피할 수 없다.

그래도 기존 학교 내부에 있던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개선안과 외부 전문가 비율을 높이기 위해 학부모 위원의 수를 낮추겠다는 개선안은 환영할 만하다. 그 동안의 학폭위는 학교 실적에 밀려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게 되면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당국은 개선방안을 만들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정책숙려제 토론에 학교 구성원과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한 참여단을 두었다고 밝혔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의도에 걸 맞게 잘 개최했으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학교 구성원 중 학생의 추천기준이다. 토론 개요서에 적힌 학생의 추천 기준은 '학교폭력 문제에 관심이 많고, 학교폭력 예방활동 경험이 있는 학생'이다.

하지만,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문제에 관심이 많아 보일 수 있고, 학교폭력 예방활동 경험이 있을 수 있다. 

개선안 자료에서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학교폭력 관련 정책에 대한 피해자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고 보완책을 마련하겠다" 고 밝혔는데 이러한 추천기준이 박 차관의 의도를 살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차라리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토론 참여단에 두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향후 이 개선방안이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당국은 조금만 더 피해자의 입장에서 듣고, 고민하여 더 나은 개선방안을 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뉴트리션 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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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뉴트리션 칼럼니스트 quxxn_mina@nutrition2.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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